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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

제목에 숨겨둔 진짜 스토리

한국에서 좋다는 표현 중 하나로는 '죽여준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제목처럼 죽여주는 여자라는 뜻은 그 여자의 어떠한 행동이나 외형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대중은 아마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주인공 소영은 일명 박카스 할머니이다. 박카스 할머니는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할머니들을 일컫는 단어이다. 그녀는 어느 날 산부인과에 들렸다가 필리핀 아이와 엄마가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되고, 동시에 아이의 엄마가 불법 체류로 체포되어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차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아이는 일명 코피노였고,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생긴 아이였지만 아이의 엄마는 비자도 없이 한국에 무작정 왔다가 남자에게 버림받고 경찰에 끌려갔던 것이었다. 소영의 집에는 다리가 불편한 도훈과 트랜스 젠더 티나가 살고 있다. 티나는 소영이 사는 집의 집주인이다. 소영은 다시 일을 나가기 위해 아이를 티나와 도훈에게 맡긴다. 소영은 종로를 돌아다니다가 안면을 트고 있던 할아버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그중 한 명이 병원에서 위독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마음이 좋지 않아 그 할아버지에게 찾아가지만 그 할아버지는 이렇게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그녀에게 자신의 호흡기를 떼어 달라고 부탁한다. 소영은 이것이 안 된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너무나도 괴로워 보이는 그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산소 호흡기를 떼어주고 만다. 그 뒤로 소영이 생을 마감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되고 소영은 부탁하는 이들을 위해 한 명씩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그래서 제목은 성매매를 하는 그녀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사용하는 뜻으로도 해석되며, 의미 그대로 사람을 죽여주는 여자로도 해석이 되는 것이다. 

작품이 배우에게 미친 영향

소영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와 가까운 설정에 의해 굉장히 힘들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박카스 할머니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생활과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 등 복잡하면서도 현실과 흡사한 설정들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여관방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조차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으며, 매니저에게 부탁하여 와인을 마시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전했다. 후에 윤여정이 미나리로 수상하게 되자 이 작품도 함께 조명되었다고 한다. 죽여주는 여자는 관람 등급과 주제 때문에 대중성이 비교적 적어 엄청난 흥행을 하지는 못 하였지만 미나리로 인해 윤여정이 한 번 더 주목받게 되면서 과거에 이 영화로 윤여정이 인터뷰한 내용들도 함께 조명되고 역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배우 윤여정은 상당히 경력이 오래된 원로 배우이기 때문에, 실제로 박카스 할머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영화 속에서 풀어나감으로써 스스로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느낄지언정 영화 속에서는 자연스러움을 구사해냈다.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느낌과 많은 남자들에게 은연중에 여러 면에서 학대받은 듯한 그녀의 소심한 제스처 및 행동들, 그리고 촌스럽게 꾸민 의상들은 그녀가 영화 속 소영에게 충분히 몰입되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연기하는 것조차도 수치스러웠다고 하는 그녀에게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로서 하나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장르가 아닌,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으로 그녀의 삶 속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설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춘부인 소영, 트랜스젠더인 티나, 다리가 불편한 도훈, 그리고 코피노 민호.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로 분류되는 캐릭터이다. 이러한 캐릭터들 간의 공통점은 그들의 유대 관계를 돈돈히 해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한 공간에서 가족과도 같이 지내는 것으로 표현을 한 것처럼 보인다. 도훈은 매춘부 소영과 트랜스 젠더인 티나를 거리낌 없이 대하며, 소영과 티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티나가 소영에게 일을 나가냐고 묻기도 하며, 소영은 티나가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위해주고 도와주는 장면들은 어떤 이웃들 보다도 가깝고 정겨워 보이기도 한다. 모두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보듬어 주기 때문이다. 일을 해야 했던 소영이 민호를 도훈에게 맡기고 다시 일을 나가기도 하고, 티나는 월세가 밀리는 도훈의 사정을 봐주기도 한다. 민호의 엄마를 찾아주고자 소영이 노력하고, 수소문 끝에 민호 엄마를 찾아 민호를 잘 데리고 있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소영은 사회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눈길을 줄 수 있고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지만 어쩌면 그들끼리 또 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감독의 희망사항에서 반영된 내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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