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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주인공의 정체성 변화

영화는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정체성과 그에 따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영이 기억하는 자신의 정체성의 시작은 언니와 자신보다 남동생이 더 귀한 손자 대접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렸을 당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이에 대해 불합리함을 느끼지만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그녀는 의문의 남학생으로부터 어두운 골목길에서 위협을 느끼며 흐느끼기도 하고, 어떤 눈치 빠른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면서 자신이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는 사실에 허무함과 박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일 때는 힘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었으나, 성인이 되고 직장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소동을 겪고 결혼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멈추게 되면서 그녀는 큰 벽을 마주하게 된다.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그녀 개인의 삶보다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 그녀가 그동안 느껴왔던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 그녀를 서서히 잠식하게 된다. 이러한 우울감 속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 또 다른 차별적인 모욕을 경험하고 결국 김지영은 무너지고 만다. 남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녀는 특별히 문제가 있을만한 부분이 없었으나 그녀가 병을 앓기 시작한 후부터는 남편 역시 여성으로서 살아왔던 김지영의 삶에 대해 고찰해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남편의 시선을 통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여성으로서 약 40년 간을 살아온 김지영의 삶을 관객에게 경험시킨다. 이러한 정체성의 변화는 주인공이 이를 수용하는 데 있어 불완전하게 받아들여졌고, 이를 통해서 갈등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생각의 장을 열어준다.

영화 속 성역할에 대한 고찰

 

영화에서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해 묘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은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성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르면 남성은 직업 추구를 장려하는 반면 여성은 결혼과 가족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관념은 여성을 제한된 교육 기회에 놓고 성인기의 미리 정의된 역할에 대한 무대를 설정한다. 나아가 여성이 가족 책임을 위해 직업적 열망을 희생해야 한다는 널리 퍼진 개념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지영의 정체성 변화로 인한 갈등은 여성의 직업적 성장을 방해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영속시키는 제도적 편견을 드러냈다. 일하는 엄마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묘사하며,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원 시스템과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우선시하는 광범위한 사회 규범을 반영하였다고 보인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사회는 여성의 정체성이 오로지 전통적인 관점으로 묘사하는 모성에 의해서만 정의된다는 내용에 도전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 직업적, 가족적 측면을 포괄하는 현시대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성다움에 대해서 지역사회는 이러한 정의들을 포용하고, 여성이 자신의 방식에 따라서 정체성을 자유롭게 정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여성이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도 가사 및 보육 업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권고해야 할 것이다. 가사 노동과 돌봄의 대부분을 여성에게 부담시키는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여 부부로서 공동의 책임이 부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의도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항상 살아가는 데 있어 위험을 인지해야하고 이를 예방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인 관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바로 김지영의 시선으로 모든 사건을 바라보는 방법을 통해 이러한 기본적인 성역할에 반문하는 것이다. 김지영이 어렸을 적 겪었던 남동생과의 차별 대우, 모르는 남학생이 자신을 밤늦게 쫓아온 일, 직장에서까지도 잠재적인 성범죄 피해자가 되어야만 했던 일, 아이의 엄마로서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던 일 등 모든 사건들의 나열을 통해 과연 여성들이 조심한다고 사라질 수 있는 사건들인지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현재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안전망이 보다 강화되어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주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82년생 김지영의 작가/감독은 제도적 문제를 탐구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옹호하며 사회적 성찰과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전통적인 성 역할에 도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관객들이 고정적 편견에 맞서고, 여성의 경험에 공감하며, 성 평등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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